통치의 묘방 4. 군인신직
통치의 묘방 4. 군인신직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4.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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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신직(君仁臣直) : 임금이 어질어야 신하가 곧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위()나라 문후(文侯)가 중산(中山)을 정벌한 후, 그 땅을 아들에게 주었다. 문후가 물었다. "나는 어떤 임금인가?" 신하들이 일제히 말했다. "어진 임금이십니다." 임좌(任座)가 말했다. "폐하께선 어진 임금이 아니십니다. 중산을 얻어 동생을 봉하지 않고 아들을 봉했으니, 인색한 것입니다." 문후가 발칵 성을 내자 임좌가 물러났다. 문후가 책황(翟璜)에게 되물었다. "어진 임금이십니다." "어찌 아느냐?"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좀 전 임좌의 말이 곧아 폐하께서 어지신 줄을 알았습니다." 문후가 임좌를 다시 불러오게 하여 사과하고, 상객으로 삼았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나라 무제(武帝)가 성대한 제사를 마친 후 기분이 좋아 사례교위(司隷校尉) 유의(劉毅)에게 물었다. "내가 한나라로 치면 어느 임금에 해당하겠느냐?" 유의가 대답했다. "한나라를 망하게 한 환제(桓帝)나 영제(靈帝)입니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환제와 영제는 관직을 팔아 그 돈을 나라 창고에 넣었는데 폐하께서는 개인 주머니에 넣으시니, 오히려 그만도 못하십니다." 황제가 크게 웃었다. "환제와 영제는 이런 말을 듣지 못했는데, 짐에게는 직언하는 신하가 있으니, 내가 그들보다 낫다."

조회를 마치고 나온 당 태종이 불같이 화를 냈다. "내 저 농사꾼 영감탱이를 죽이고야 말겠소." 황후가 누구냐고 물었다. "위징(魏徵)이오. 번번이 조정에서 나를 욕보인단 말이오." 황후가 말없이 물러났다가 정복으로 차려입고 대궐 뜨락에 섰다. 황제가 놀라 까닭을 물었다.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고 들었습니다. 위징이 이처럼 곧은 것은 폐하께서 현명하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하례 드리지 않겠습니까?" 뒤에 위징이 죽자 당태종이 몹시 애통해하며 말했다. "사람은 구리로 거울삼아 의관을 바로잡고, 옛날을 거울삼아 흥망을 보며, 사람을 거울삼아 득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위징이 죽었으니 짐이 거울 세 개 중 하나를 잃었도다."

세 임금 모두 직언이 귀에 거슬려도 기쁘게 들었다. 화를 참고 포용했다. 언로가 열려야 나라가 열린다. 입을 막고 귀를 막으니, 알아서 기는 간신배와 모리배가 득세를 한다. 이 둘의 차이에서 국격(國格)이 갈린다. 나라의 흥쇠(興衰)가 나뉜다. 어찌 사소하다 하겠는가?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