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의 탄식2. 즐풍목우
진창의 탄식2. 즐풍목우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3.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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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풍목우(櫛風沐雨) :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빗물로 목욕하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우임금이 치수할 때, 강물과 하천을 소통시키느라 손수 삼태기를 들고 삽을 잡았다. 일신의 안위를 잊고 천하를 위해 온몸을 바쳐 노고했다. 그 결과 장딴지에 살점이 안 보이고, 정강이에 털이 다 빠졌다.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빗물로 목욕했다(櫛風沐雨).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그러니까 즐풍목우는 따로 머리 빗을 시간이 없어서 바람결에 머리를 빗고, 목욕할 짬이 안 나 비가 오면 그것으로 목욕을 대신했다는 얘기다. 묵자(墨子)는 "우임금은 위대한 성인인데도 천하 사람들을 위해 이처럼 자신의 육신을 수고롭게 했다"며 감동했다.

후세에 묵자를 추종하는 무리는 이 말을 깊이 새겼다. 우리도 남을 위해 우리의 육신을 아끼지 말자. 그들은 짐승 가죽이나 베로 옷을 해 입고, 나막신과 짚신만 신었다. 밤낮 쉬지 않고 일하면서 극한의 고통 속으로 자신들을 내몰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할 수 없다면 우임금의 도리가 아니다. 묵가(墨家)라고 일컬을 자격도 없다."

위정자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야 즐풍목우의 각오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개인이 남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을 들들 볶다 못해 남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며 괴롭히는 것은 문제다. 장자는 「천하편」에서 단언했다. "이것은 천하를 어지럽히는 윗길이고, 다스리는 데는 가장 아랫길이다."

처음 순수했던 뜻이 맹목적 추종과 교조적 해석을 거쳐 왜곡되고 극단화된다. 지금 세상에도 이런 일은 얼마나 많은가?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