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명박(佳人命薄)
가인명박(佳人命薄)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4.2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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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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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가인명박(佳人命薄) - 《소식의 『薄命佳人』》

아름다운 사람은 운명이 기박하다

 

  가인명박(佳人命薄)은 아름다운 사람의 운명은 짧다는 말로 홍안박명(紅顔薄命), 미인박명(美人薄命), 재승재덕(才勝薄德)과 같은 듯이다.

 

  당송팔대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송 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소식(蘇軾)의 『박명가인(薄命佳人)』이라는 칠언율시에 나타난 글이다.

  소식의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며 소동파(蘇東坡)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온건한 개혁을 주장했으며, 혁신 세력을 강력히 비판했다가 서른넷에 항주통판으로 좌천당했다. 항주통판 시절에도 적지 않은 풍자시를 지어 혁신 세력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다가, 결국 넉 달간 구금된 후 친구의 도움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소식은 한적한 절에 머물다가 한 비구니를 보고 『薄命佳人』이라는 칠언율시를 지어 자신의 심경을 비유적으로 읊었다.

  쌍협응수발말칠(雙頰凝酥髮抹漆) - 엉긴 우유 같은 양 볼에 칠흑 같은 머리를 하고

  안광입렴주적력(眼光入簾珠的皪) - 눈빛이 발에 들어오니 주옥처럼 빛난다

  고장백련작선의(故將白練作仙衣) - 하얀 비단으로 선녀 옷을 만들고

  불허홍고한천질(不許紅膏汗天質) - 입술연지는 천연의 바탕을 더럽힐까 바르지 않는다.

  오음교연대아치(吳音嬌軟帶兒癡) - 오나라 사투리 애교 있는 소리는 앳되기만 하니

  무한간수총미지(無限間愁總未知) - 끝없는 시간 속의 근심은 알 수 없구나 .

  자고가인다박명(自古佳人多命薄) - 예로부터 아름다운 사람은 대부분 운명이 기박하니

  폐문춘진양화락(閉門春盡楊花落) - 문을 닫고 봄은 다하니 버들꽃이 떨어진다.

 

  이 비구니의 모습은 소식 자신의 정치적 운명과 묘하게 관련되는 듯하다.

  ‘가인명박’이란 시구에는 인생이란 결코 자신의 듯대로 되지 않는다는 깊은 자괴감이 자리 잡고 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