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려능리(砥厲能利)
지려능리(砥厲能利)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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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신문= 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 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 전형구논설위원]지려능리(砥厲能利) - 《『荀子』「성악(性惡)」》

고운 숫돌에 갈아야 날카롭게 할 수 있다

 

  지려능리(砥厲能利)는 명품이란 끊임없는 단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는 뜻의 말이다.

 

  『荀子』「성악(性惡)」편에 나오는 글로, 순자는 제나라 환공의 총(蔥), 강태공의 궐(闕), 주나라 문왕의 녹(錄), 초나라 장왕의 흘(曶), 오왕 합려의 간장(干將)과 막야(莫耶), 거궐(鉅闕)과 벽려(辟閭) 등은 모두 고대 훌륭한 검이라고 말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고운) 숫돌에 갈지 않으면 날카로워질 수 없고, 사람의 힘을 들이지 않으면 자를 수 없다.”

 

  간장과 막야를 비롯한 천하의 명검들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단련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것이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월춘추』의 「합려내전(闔閭內傳)」에 나오는 간장막야 이야기처럼 말이다.

 

  당시 오나라 왕이던 합려는 간장을 불러 검 두 자루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간장은 나라에서 제일가는 대장장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기에 명성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 칼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정선된 질 좋은 청동으로 칼을 주조하기 시작했는데, 이 청동은 3년이 지나도록 녹지 않았다. 왕은 매일 독촉하는 데 청동은 녹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청동을 하루속히 녹여 칼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중 그의 아내 막야가 방법을 알아내는데 바로 부부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넣어 청동과 함께 녹이는 것이었다. 비로소 청동을 녹여 손색없는 천하의 명검을 만들어 낸 간장은 음양의 원리에 따라 양(陽)으로 된 칼에는 간장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음(陰)으로 된 칼에는 막야라고 새겼다.

 

  사람의 품성이란 주어진 환경이나 주변 사람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는 순자의 논리는 결국 본래 악한 인간의 본성에 ‘작위(作爲)’란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는 논지를 바탕으로 한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