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의 묘방 11. 봉인유구
통치의 묘방 11. 봉인유구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4.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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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유구(逢人有求) : 사람만 만나면 손을 내민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전국시대 이극(李克)은 재상으로 누가 적임인지를 묻는 위문후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평소에는 친한 바를 보고, 부유할 때는 베푸는 것을 보며, 현달했을 때는 천거하는 바를 보고, 궁할 때는 하지 않는 바를 보고, 가난할 때는 취하지 않는 바를 보십시오.(居視其所親, 富視其所與, 達視其所擧, 窮視其所不爲, 貧視其所不取)"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평소 그가 가까이하는 벗을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다. 부유할 때 베풀 줄 모르는 자가 궁해지면 못하는 짓이 없다. 아무리 궁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아무리 가난해도 취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법이다. 이 분별을 잃으면 마침내 버린 사람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다.

주자(朱子)가 말했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부끄러움이 있으면 능히 하지 않는 바가 있다. 이제 사람이 한결같이 안빈(安貧)하지 못하는 것은 기운이 꺾여 서 있는 다리가 후들거리기 때문이다. 염치를 모르면 또한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그리고는 여사인(呂舍人)의 시를 인용했다. "사람만 만나면 구하곤 하니, 그래서 온갖 일 그르친다네(逢人卽有求, 所以百事非)."

사람은 시련과 역경의 시간에 그 그릇이 확연히 드러난다. 염치 없는 인간은 제 몸에 묻은 냄새 나는 물건은 못 보고, 남의 몸에 묻은 겨를 보며 야단하는 개와 같다. 그는 남을 해코지해서라도 제 처지를 만회해보려 한다. 못하는 짓이 없는 것은 제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는 없는 말을 지어서 분란을 만든다. 남을 공연히 해쳐서 그를 미워하는 자에게 환심을 사려 든다. 그것으로 상황을 돌려보려 한다.

사람이 짐승이나 도적같이 굴어서야 되겠는가? 오랑캐처럼 날뛰고, 첩이나 거간꾼처럼 못된 궁리만 일삼아서야 되겠는가? 결국은 제 도끼로 제 발등을 찍어 온갖 일이 어긋나고 만다. 아! 안타깝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