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75. 꽃이거나 잡초이거나
채근담 275. 꽃이거나 잡초이거나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1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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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75. 꽃이거나 잡초거나_후집 50장

 

인정(人情) 청앵제즉희(聽鶯啼則喜) 문와명즉염(聞蛙鳴則厭) 견화즉사배지(見花則思培之).
우초즉욕거지(遇草則欲去之) 단시이형기용사(但是以形氣用事).
약이성천시지(若以性天視之) 하자비자명기천기(何者非自鳴其天機) 비자창기생의야(非自暢其生意也).

인정이란 꾀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싫어하며, 꽃을 보면 가꾸고 싶고, 풀을 보면 뽑아 버리고 싶어 하나니 다만 이는 형체와 기질로서 사물을 구분함이다. 만약 본바탕으로써 본다면 무엇이든지 스스로 천기(天機)의 울림이 아닌 것이 없고, 저 스스로 그 삶의 뜻을 펴지 않는 것이 없다.

 

* 핵심 주제

  미(美)와 추(醜), 이(利)와 해(害)의 가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간은 그것을 인간의 입장에 서서 인간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주의 의지는 모두가 필요해서 우주 만물을 창조해 놓은 것인데, 인간은 예컨대 자기네들이 식용으로 혹은 약용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풀을 익초(益草)라 하고, 그 밖의 것은 잡초로 분류하여 제초(除草)하고 있다.

  그리고 꾀꼬리 울음소리는 미성(美聲)으로 분류하고, 개구리 울음소리는 추성(醜聲)으로 분류하는 것도 역시 인간의 가치 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다. 꾀꼬리든 개구리든 알고 보면 종족번식을 위해 배우자를 유인하는 소리를 지르는 것임에는 똑같건만 말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