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77. 차디찬 연못에서 물끓는 듯
채근담 277. 차디찬 연못에서 물끓는 듯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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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77. 차디찬 연못에서 물 끓는 듯-후집 52장

 

욕기중자(欲其中者) 파비한담(波沸寒潭) 산림불견기적(山林不見其寂).
허기중자(虛其中者) 양생혹서(凉生酷暑) 조시부지기훤(朝市不知其喧).

마음에 욕심이 가득차면 깊은 못(池)에서도 물결이 끓어 산림 속의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텅 비면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함이 일어 저잣거리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 시끄러움을 모르게 된다.

 

* 핵심 주제

욕심이 있는 자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불만이 있는 자는 매사에 잘못된 원인을 남에게서 찾고자 한다. 따라서 분노가 불길처럼 타오른다. 이처럼 이성을 잃고 보면 세상 모든 것이 보기 싫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내심의 갈등과 분노가 표정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되는 일이 한 가지도 없다. 그래서 또 욕심을 내고 남을 원망하고 분노가 치밀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편 마음을 비운 사람은 먼저 마음이 안정된다. 설령 잘 안 되는 일이 있어도 그 탓을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고 보면 불평불만에 앞서 자성(自省)하게 된다. 이런 사람의 표정은 온순하고 겸손해진다. 그 결과 안 될 일까지도 잘 풀려나갈 수 있다.

 그러기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신약성경』의 말은 만고의 진리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