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85. 즐거운 경지와 그렇지 않은 경지
채근담 285. 즐거운 경지와 그렇지 않은 경지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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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85. 즐거운 경지와 그렇지 않은 경지_후집 60장

 

유일락경계(有一樂境界) 취유일불락적상대대(就有一不樂的相對待).

유일호광경(有一好光景) 취유일불호적상승제(就有一不好的相乘除).

지시심상가반(只是尋常家飯) 소위풍광(素位風光) 재시개안락적와소(纔是個安樂的窩巢).

 

  한 가지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곧 다른 한 가지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어 서로 대립되고, 하나의 좋은 풍경이 있으면 곧 다른 하나의 좋지 못한 풍경이 있어 서로 엇갈리는 법이다. 오직 늘 먹는 밥과 지위 없는 경치야말로 곧 안락한 것이다.

 

* 핵심 주제

  즐기기 위한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수록 사람은 초조해지게 마련이다. 또한 인간의 욕심에는 한이 없어서 더 큰 욕심을 내다가 실패해서 후회와 함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간과 금전과 에너지를 동시에 다 써버리고 난 후의 이런 대가는 물건 값을 치르듯 분할해서 갚아 나갈 수도 없는 일이어서 후회는 언제까지나 그칠 줄을 모른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란 말인가. 기분에 좌우되어 과용했다가 후회하는 것은 아마 술꾼이 대표적일 것이다. 술도 절제하기가 힘든 것이어서 결국에는 심신을 망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즐거운 일에는 그 나름대로 유형무형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