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86. 청산과 녹수
채근담 286. 청산과 녹수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28 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근담(菜根譚) - 286. 청산(靑山)과 녹수(綠水)_후집 61

 

염롱고창(簾櫳高敞) 간청산녹수탄토운연(看靑山綠水呑吐雲煙) 식건곤지자재(識乾坤之自在).

죽수부소(竹樹扶疎) 임유연명구송영시서(任乳燕鳴鳩送迎時序) 지물아지량망(知物我之兩忘).

 

발 높이 걸고 창문 활짝 열어 청산과 녹수(綠水)가 구름과 안개를 삼키고 토해냄을 보면 천지의 자유자재함을 알게 되고, 대나무와 나무 우거진 곳에서 새끼 친 제비와 우는 비둘기가 계절을 맞고 보내는데 그런 곳에 몸을 맡기면 물아(物我)를 모두 잊음을 알게 된다.

 

* 핵심 주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행되는 대자연의 오묘함과 그 자연 속에서 무아지경이 되어 살아가는 생활의 극치를 노래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대자연의 힘은 경외감이 든다.

계절은 적시에 찾아오고 그 계절에 따라 산천초목이 바뀌는가 하면 온갖 짐승도 계절에 맞추어 적응해 나간다. 화창한 봄볕을 받으면서 제비는 새끼를 치고 여름철의 풍부한 먹이로 그 새끼들을 기른다. 가을이 되면 어느새 비둘기, 뻐꾸기가 찾아와서 우짖는다.

그런 대자연 속에 초막을 짓고 명상에 잠긴다. 그러다가 시흥에 겨워 시를 한 수 지어 읊으면서 박주(薄酒) 한 잔 마시고 잠이 든다. 이 얼마나 여유 있고 아름다운 생활인가.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