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88. 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달빛
채근담 288. 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달빛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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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88. 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달빛-후집 63장

 

고덕운(古德云), 죽영소계진부동(竹影掃階塵不動) 월륜천소수무흔(月輪穿沼水無痕).
오유운(吾儒云), 수류임급경상정(水流任急境常靜) 화락수빈의자한(花落雖頻意自閒).
인상지차의(人常持此意) 이응사접물(以應事接物) 신심하등자재(身心何等自在).

옛날 고승(高僧)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가 뜰을 쓸되 티끌은 움직이지 아니하고, 달그림자가 연못을 뚫되 물에는 흔적이 없네’라 하였다. 또 우리 유학자가 말하기를 ‘물의 흐름이 아무리 급해도 그 둘레는 언제나 고요하고, 꽃의 떨어짐은 비록 잦지만 마음은 스스로 한가하네’라고 하였다. 사람이 항상 이런 뜻을 가지고 일에 임하고 물건에 접한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자재 하겠는가.

 

* 핵심 주제

방랑시인으로 유명한 김삿갓은 「자탄(自嘆)」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마음으로 되지 않는 부귀공명 따위는 원하지도 않고(靑雲難力致非願청운난력치비원). 백발이 되는 건 오직 공도(公道)이니 슬퍼하지 않겠다(白髮惟公道不悲백발유공도불비). 고향 그리는 꿈을 꾸다가 문득 놀라서 깨니(警罷還鄕夢起坐경파환향몽기좌). 삼경에 두견새 남쪽 가지에서 슬피 우누나(三更越烏聲南枝삼경월조성남지).’

  이런 경지에까지 이른다면 제아무리 모진 바람이 불어와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