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13. 속박당하는 것과 해방되는 것
채근담 313. 속박당하는 것과 해방되는 것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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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13. 속박당하는 것과 해방되는 것_후집 88장

 

전탈지재자심(纏脫只在自心). 심료(心了) 즉도사조점(則屠肆糟店) 거연정토(居然淨土).
불연(不然) 종일금일학(縱一琴一鶴) 일화일훼(一花一卉) 기호수청(嗜好雖淸) 마장종재(魔障終在).
어운(語云), 능휴진경위진경(能休塵境爲眞境). 미료승가시속가(未了僧家是俗家) 신부(信夫).

얽매이는 것과 벗어나는 것은 오직 자기 마음에 있는 것이니 마음에 깨달음이 있으면 정육점과 주막도 극락정토요, 그렇지 못하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 삼고 꽃과 풀을 심어 가꾸며 즐거워함이 청아할지라도 마성(魔性)을 버리지 못함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버릴 줄 알면티끌 세상도 선경(仙境)이 되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절에 있어도 곧 속세로다’라고 하였는데, 실로 명언이다.

 

* 핵심 주제
 처해 있는 지위와 의식주(衣食住)의 생활상이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외관상 그런 것이 비록 수준 이하라 하더라도 내면적으로 충실한 사람은 고대광실(高臺廣室)에 살며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고관대작(高官大爵)보다 훨씬 값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요, 승리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인간 승리자를 지면(地面)을 통해서, 혹은 영상매체를 통해서 접했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도 그들의 삶이 바로 선경(仙境)에서 노니는 신선(神仙) 같기 때문이 아닐까.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