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위하여>

 

나, 밥그릇

밥보다 많은 눈물이 찰랑거렸다.

 

식솔과 먹고 사는 일

짧은 개미다리로 바삐 뛰다가

땡볕에선 목마른 매미울음을 쏟았다.

가끔 밖에서 받는 따뜻한 밥상머리에서는

순한 가시, 두 아들 목구멍에 딱 걸렸다.

아직도 밥은 나의 천적이다.

- 김현숙, 「밥그릇을 위하여」 중에서

 

전적으로 밥을 위하여

뛰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산다는 것이

밥을 위한 길이 되기도 합니다.

그 길이 고단하게 계속되면

내 자신이 눈물로 찰랑이는 그릇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밥을 위해 견뎌내야 할 시간들은 점점 길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종종걸음으로 뛰다가 문득,

허름한 식당에서

홀로 받은 밥상.

 

이 한 끼를 쉽게 넘기지 못합니다.

가족이 목에 걸려서겠지요.

 

하지만

오늘 마주한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를 위하여 꼭꼭 씹어 넘기십시오.

 

오늘은 그냥 나를 위해서.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 겁니다.

 

-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희망의 향기_다시 일어서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사색의 향기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