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각지쟁(蝸角之爭)
와각지쟁(蝸角之爭)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4.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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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와각지쟁(蝸角之爭) - 《『莊子』「칙양(則陽)」》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

 

  와각지쟁(蝸角之爭)은 명분 없고 부질없는 싸움이나 별 성과가 없는 전쟁을 비유하는 말로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의 준말이며 와각상쟁(蝸角相爭), 와우지쟁(蝸牛之爭)과 같은 의미이다.

 

  『莊子』「칙양(則陽)」편에 나오는 글로,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이 제나라 위왕과의 맹약을 했으나, 위왕이 배반하자, 혜왕은 노여워하여 자객을 보내 죽이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손연은 만승의 군주가 필부를 보내 원수를 갚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므로 군사를 일으켜 정당하게 공격하라고 했다.

  계자라는 자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손연의 의견에 반대했고, 화자 역시 공손연과 계자의 의견이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논쟁이 이러지며 결말이 나지 않자 혜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혜시가 현인 대진인을 천거하여 혜왕과 만나게 했다. 대진인은 달팽이를 아느냐고 묻고는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있는 나라는 촉씨(觸氏)라 하고,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씨(蠻氏)라고 했습니다. 때마침 (이들이) 서로 영토를 놓고 싸워서 주검이 몇 만이나 되게 즐비했고 도망가는 군대를 쫓아갔다가 15일이 지난 뒤에야 돌아왔습니다(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 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 時相與爭地而戰, 伏尸數萬, 逐北旬有五日而後反).”

 

  말도 안 된다는 혜왕의 말에 그는 천지 사방의 공간에 끝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혜왕이 없다고 하자, 그가 말했다.

  “무한한 공간에서 노닐 줄 알면서, 이 유한한 땅을 돌이켜 본다면 이 나라 따위는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아주 하찮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끄떡이는 혜왕에게 대진인은 위나라나 제나라도 촉씨와 만씨처럼 별거 아닌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결국 전쟁은 없던 일로 되었다.

 

  쓸모없는 논쟁은 서로에게 상처만 될 뿐 모두에게 이익이 없음을 알아야 될 것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