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룡기(屠龍技)
도룡기(屠龍技)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4.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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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논설위원
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 =전형구논설위원]도룡기(屠龍技) - 《『莊子』「열어구(列禦寇)」》

용을 죽이는 재능

 

  도룡기(屠龍技)는 ‘도룡’, 즉 용을 잡는 기술은 제아무리 높은 수준이라도 쓸데없다는 의미로 도룡지술(屠龍之術)이라고도 한다.

 

  『莊子』「열어구(列禦寇)」편에서 장자가 지인(至人)과 성인(聖人)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도를 알기는 쉬우나 말하지 않기란 어렵다. 도를 알면서도 말하지 않음은 하늘을 좇는 것이고, 알면서 말하는 것은 인위(人爲)의 경지로 가는 것이다. 옛날 至人들은 하늘을 좇고 人爲로 가지 않았다.”

 

  장자의 논점은 聖人이란 필연적인 일도 필연으로 여기지 않으므로 마음이 동요하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필연적인 일이 아닌 것도 필연으로 여기고 행동하므로 감정의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자는 주평만과 지리익이라는 가공인물을 내세워 성인의 본연의 자세를 가르치고, 대도란 우리 인간 세상에는 없다는 논리를 피력했다.

  “주평만이라는 사람은 용을 죽이는 방법을 지리익에게 배우느라 천금이나 되는 가산을 탕진하여 4년 만에 그 재주를 이루었지만 쓸데가 없었다.”

 

  도룡이란 말은 역으로 지금 당장 세속에서는 필요 없는 듯 보여도 언제가는 쓰임이 있을 진정한 기술이나 학문을 가진 인물을 칭하기도 하니, ‘도룡수(屠龍手)’란 말이 그것이다.

  용을 잡을 만한 뛰어난 기량이 범인들의 눈에는 황당무계하게 보일지라도 그런 재기를 갖춘 시대의 통찰력자들에 의해 더 값지고 멋진 세상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