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대토(守株待兎)
수주대토(守株待兎)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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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수주대토(守株待兎) - 《『韓非子』「오두」》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다

 

  수주대토(守株待兎)는 원래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심리를 말하는 데, 오늘날에는 좁은 식견이나 경험만을 믿고 변통할 줄 모르는 사람이나 구습으로 현재를 바라보려는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韓非子』「오두」에 나오는 글로, 송나라 사람으로 밭을 가는 자가 있었다. 밭 가운데는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농부는 쟁기를 놓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기를 다시 얻기를 기다렸다. 토기는 다시 얻을 수 없었으며, 그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지금 고대 제왕의 정치를 좇아 현재의 백성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모두 그루터기를 지키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수주대토의 중점은 ‘수(守)’와 ‘대(待)’ 자에 있으니 능동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의외의 성공만을 바라는 것으로, ‘각주구검(刻舟求劍, 배에 칼자국을 새겨 칼을 찾음)’이란 말과 유사하나 차이점은 분명하다. 각주구검은 ‘각(刻)’과 ‘구(求)’에 중점이 있으니 노력은 했으되,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우화를 통해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렇다. 군주는 옛날 방식이나 영원불변하는 규범만을 고집하지 말고, 시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상고 시대에나 가능했던 인치(人治)나 덕치(德治)를 고집하지 말고 법치(法治)에 입각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군주의 통치를 안정시키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도 우연히 잘된 일 하나로 착각에 빠져 고집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만하다. 수기응변(隨機應變)하면서 견풍사타(見風使舵 - 바람을 보고 키를 부림)의 사고로 제구포신(除舊布新 -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폄)의 결단을 과감히 발휘해 보도록 하자.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韓非子』「오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