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금다(位高金多)
위고금다(位高金多)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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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금다(位高金多) - 《『史記』「소진열전(蘇秦列傳)」》

지위는 높고 금전도 많다

 

  위고금다(位高金多)는 출세한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史記』「소진열전(蘇秦列傳)」에 나오는 글로, 백수였던 소진이 갖은 우여곡절 끝에 합종을 성공시키고 6개국의 재상이 되자 천하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소진은 북쪽으로 조나라 왕에게 가는 길에 낙양을 지나게 되었다. 짐을 실은 수레가 끝도 없이 펼쳐졌으며, 제후들마다 보낸 사신과 전송하는 자가 많아 군주의 행차에 견줄 만했다.

 

  소진은 형님 집 앞을 지나다가 옛 생각이 나 잠시 들러 보았다. 그런데 늘 자신을 비웃던 소진의 형제와 형수가 곁눈으로 볼 뿐 감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못하며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하니 소진이 웃으며 형수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이전에는 오만하더니 나중에는 공손합니까?”

  이 말에 형수는 어쩔 줄 몰라 몸을 굽혀 기어오다시피 하면서 얼굴을 땅에 대고 말했다.

  “서방님의 지위가 높고 금전이 많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見季子位 高金多也).”

 

  이에 소진은 한탄하며 말했다.

  “이 한 몸도 부귀해지자 친척들이 두려워하고 가난하면 업신여기는데, 하물며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만일 나에게 낙양성 주변에 밭이 두 이량만 있었던들 어찌 여섯 나라 재상의 인수를 찰 수 있었을까!”

  그리고 천금을 풀어 일족과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다.

 

  가난과 굴욕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푸념에서 가능성이나 재능이 아닌 돈과 지위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태가 서글프게 다가온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