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절부(無似竊鈇)
무사절부(無似竊鈇)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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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무사절부(無似竊鈇) - 《『열자(列子)』「설부(說符)」》

도끼를 훔친 것 같지 않다

 

  무사절부(無似竊鈇)는 품었던 의심을 풀면 모든 망상이 사라진다는 의미로, 의심을 품으면 귀신도 생긴다는 의심암귀(疑心暗鬼)와 비슷하다. 선입견으로 판단을 그르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열자(列子)』「설부(說符)」에 나오는 글로,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리고는 그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다. 그의 걸음걸이를 보아도 도끼를 훔친 것 같고 낯빛도 도끼를 훔친 사람 같고 말씨도 도끼를 훔친 사람 같았다. 동작과 태도 또한 도끼를 훔친 사람 같았다. 얼마 지나서 골짜기를 파다가 그 도끼를 찾았다. 다음 날 다시 그 이웃집 아들을 보니 동작과 태도가 도끼를 훔친 사람 같지 않았다.”

 

  사람은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면 편견을 가지고 모든 일이나 사람을 대하게 된다.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평가가 정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단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한비자』「세난(說難)」 편에도 나온다. 송나라에 한 부잣집이 있었는데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졌다. 그 집 아들이 말했다. “담장을 세우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 이웃의 부로(父老)도 똑같은 말을 했다. 과연 저녁이 되어 정말로 재물을 크게 잃었다. 그러자 집안사람들은 그 아들은 매우 지혜롭다고 했으나, 이웃의 부로는 의심했다.

 

  인간의 편견은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피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편견에 사로잡혀 상대를 대할 때 오판의 가능성은 더 커지는 법이며 상대방은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