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시절(落花時節)
낙화시절(落花時節)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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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논설위원
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낙화시절(落花時節) - 《두보, 「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

 

꽃 떨어지는 시절

 

  낙화시절(落花時節)은 시성 두보의 많지 않은 절구 가운데 감정의 함축이 깊은 시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江南逢李龜年)」에 나오는 말이다.
 

  기왕택이심상견(岐王宅裏尋常見) - 기왕의 집에서 항상 그대를 보았었네,
  최구당전기도문(崔九堂前幾度聞) - 최구의 정원에서 노랫소리 몇 번이나 들었던가,
  정시강남호풍경(正是江南好風景) - 지금 이 강남의 한창 좋은 풍경이데,
  낙화시절우봉군(落花時節又逢君) - 꽃 떨어지는 시절에 다시 그대를 만났구려.

  두보가 현종의 총애를 받던 명가수 이구년을 자주 보았던 때는 둘 다 젊었던 시절이었다. 두보 역시 왕족에게 시재(詩才)를 인정받아 권세가의 집을 드나들던 좋은 시절에 이구년의 노래를 감상했던 것이다. 그러던 두 사람이 시간이 한참 지나 강남에서 우연히 상봉하게 되었다. ‘落花時節’은 옛날의 추억과 대비되는 현재 자신의 암담한 처지를 비유하는 시어로, 한 때 유명했던 노가수와 노시인이 시대와 사회를 등지고 강남에서 다시 만난 비참한 현실을 각인시킨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낙화시절’이 일차적으로 이구년과 상봉한 때이지만 이구년과 시인 자신의 모습에서 더 나아가 당시의 당 제국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봉(又逢)’이란 말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어느 정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잘나가는 시절에 ‘落花時節’이란 단어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만 우리를 일깨우는 말은 많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은가.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