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靑天霹靂)
청천벽력(靑天霹靂)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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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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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청천벽력(靑天霹靂) - 《『육유』「九月四日鷄未起作」》

푸른 하늘에 벼락이 치다

 

  청천벽력(靑天霹靂)은 생각지도 못한 돌발 사고나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청천’은 ‘청천(晴天)’과 같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의미다.
 

  『육유』 「9월 4일 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 짓다(九月四日鷄未起作)」에 나오는 글로

  방옹병과추(放翁病過秋) - (나) 방옹은 병이 들어 가을을 지내다가
  홀기작취묵(忽起作醉墨) - 홀연히 일어나 술 취한 먹으로 짓는다
  정여구칩용(正如久蟄龍) - 마침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용과 같이
  청천비벽력(靑天飛霹靂) - 푸른 하늘에 벼락이 휘몰아친다
  수운타괴기(雖云墮怪奇) - 비록 괴기하게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요승상민묵(要勝常憫黙) - 한참 동안 참고 묵묵히 있으려고 한다
  일조차옹사(一朝此翁死) - 하루아침에 이 늙은이가 죽으면
  천금구불득(千金求不得) - 천금을 가져와도 얻지 못하리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 끝날 무렵인 음력 9월이다. 여름에서 늦가을까지 병마에 허덕이던 육유는 어느 날 병을 이겨 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치 술에 취하듯 흥겹게 붓을 놀려 보지만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 몸처럼 시는 전반적으로 음습한 분위기이다. 삶의 의미를 손아귀에 움켜쥐려는 강한 의지도 지금 상황에서는 무기력해 보인다.

  이 시에서 ‘용(龍)’은 자신을 비유하는데, 용은 하늘로 올라갈 때 벼락과도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나 병마를 겪은 그가 어떻게 해 볼 도리는 거의 없다. 자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떨어보는 너스레도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몸이 힘겨울지라도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와 현실에 짓눌려 움츠린 모습이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