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곡지지(鴻鵠之志)
홍곡지지(鴻鵠之志)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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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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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홍곡지지(鴻鵠之志) - 《『사기』「진섭세가(陳涉世家)」》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

 

  홍곡지지(鴻鵠之志)는 크고 높게 품은 뜻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홍곡’이란 큰 기러기와 고니로, 원대한 포부를 지닌 인물 즉 대인(大人)을 의미하며 제비나 참새를 가리키는 ‘연작(燕雀)’과는 상대되는 말이다.

  『사기』「진섭세가(陳涉世家)」에 의하면 진섭은 젊었을 때 머슴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밭두렁에서 자신의 신분을 한탄하다 말했다.

“부귀하게 된다면 서로 잊지 말기로 하지.”

  그러자 머슴들이 “지금 고용되어 밭갈이나 하는 주제에 무슨 부귀란 말인가?”라고 비웃었다. 이에 진섭은 탄식하며 말했다.

“제비와 참새가 어찌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燕雀安知 鴻鵠之志)

  시간이 흘러 진시황의 뒤를 이은 이세 황제 호해가 즉위했다. 호해는 진시황과는 달리 재목감이 못 되어 환관 조고의 손아귀에서 놀아났으며 백성들의 원성은 커져 갔다. 이때 조정에서는 이문 왼쪽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변방 근처의 어양(漁陽) 지역으로 옮겨 가도록 했는데, 진섭과 오광이 이들을 통솔했다. 그런데 대택향(大澤鄕)에 이르렀을 때 큰 비가 쏟아져 도로가 막히니 기한 내에 도착하기가 어려워졌다.

  당시 법률은 기한 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참수형에 처하도록 했다, 진섭과 오광은 달아나도 죽을 것이고 의거를 일으켜도 죽을 것이니, 차라리 무엇인가 하고 죽겠다고 결심하여 먼저 두 명의 장위(長尉)를 살해한 뒤 부하들을 불러 모아 놓고 말했다.

  “기한을 어기면 마땅히 모두 죽어야 한다. 만약 죽지 않는다고 해도 변경을 지키다 죽는 사람이 본래 열에 예닐곱은 된다. 하물며 장사는 죽지 않으면 그만일 뿐이지만, 죽는다면 커다란 명성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왕, 제후, 장수, 재상이 어찌 씨가 있겠는가.”

  진섭은 반란을 성공해 초나라를 넓힌다는 뜻의 장초(萇楚)를 국호로 삼아 왕의 자리에 올랐다. 비록 왕 노릇을 했던 건 여섯 달 뿐이었으나 그가 ‘세가’의 반열에 든 것은 남들과 다른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