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화가거(奇貨可居)- 《『史記』「여불위열전」》
기화가거(奇貨可居)- 《『史記』「여불위열전」》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6.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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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물건은 간직할 만하다

 

기이한 물건은 간직할 만하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기화가거(奇貨可居)는 지금보다는 미래의 보물이란 뜻으로 『史記』에 나오는 글이다.

“여불위가 한단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그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이렇게 말했다.
‘이 기이한 물건은 간직할 만하다.’

그러고는 자초를 찾아가서 말했다.
‘나는 당신의 가문을 크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史記』「여불위열전」

전국시대 말 위나라의 거상 여불위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머물다가 어느 날 우연히 진나라 소왕의 손자 자초가 인질로 잡혀 와 있는 것을 보고 그의 계보를 알아보았다.

자초의 아버지 안국군에게는 아들 20여 명이 있었는데, 안국군의 정부인이었던 화양부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자초는 안국군의 둘째 아들이었고 그의 생모 하희는 안국군의 총애를 받지 못했다. 조나라에서 자초의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여불위는 그를 불쌍히 여겼으나 동시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보았기에 ‘奇貨可居’라고 말했던 것이다.
여불위는 자초를 화양부인의 양자로 들여 나중에 왕이 후사로 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자초에게 했고,
여불위의 제안에 자초는 머리를 숙이며 “당신의 계획대로 된다면 진나라를 그대와 함께 나누어 갖도록 하겠소.”라고 다짐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첩까지 자초에게 주어 훗날을 기약했던 여불위의 예상은 적중했다. 자초는 태자로 책봉되었다가 왕위에 오른 뒤 불행하게도 불과 3년 만에 죽었으나, 그의 아들 영정이 대를 이어 진나라 왕이 되었고 39세에 천하를 통일하여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여불위 역시 진나라의 상국(相國)이 되어 막강한 권세를 누리게 되었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재목을 알아보고 보물이라 여겨 놓치지 않고 곁에 두었던 여불위의 안목 또한 ‘奇貨’가 아닌가.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