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폐간상시(出肺肝相示)- 《『한유(韓愈)』「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
출폐간상시(出肺肝相示)- 《『한유(韓愈)』「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6.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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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파와 간을 꺼내 서로 보여 주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출폐간상시(出肺肝相示)는 친구 간의 진정한 우정을 나타내는 말로, 폐간상시라고도 하며 간담상조(肝膽相照)와 같은 말이며, 복심상조(腹心相照), 기미상투(氣味相投), 심조신교(心照神交)라는 말과도 비슷한 뜻이다.

『한유(韓愈)』「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에서 나오는 글로,

한유는 당나라의 뛰어난 문장가로 그보다 다섯 살 어린 유종원과 함께 “글로써 도를 실어야 한다(文以載道).”라는 기치 아래 고문(古文) 운동을 이끌며 숭유(崇儒)와 척불(斥佛), 그리고 복고를 내걸었다.

한유는 유종원의 청렴함과 용감함을 높이 샀다. 특히 파주로 좌천된 친구 유우석이 어머니까지 모시고 척박한 땅으로 가게 되자, 유종원이 그를 위해 자신의 좌천지인 유주와 바꿔 줄 것을 요청하는 상소문을 올린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유종원이 죽었을 때 장례비용을 친구인 배행립이란 자가 댔을 정도니 주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깊은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

유종원은 순종이 즉위한 뒤 왕숙문 등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에 가담했으나, 수구파와의 싸움에 미려 소주자사로 폄적되고 다시 10년 동안 영주사마로 좌천되어 이 기간 동안 천하의 명문을 많이 남겼다. 47세의 사이로 세상을 떠난 유종원을 위해 한유는 「유자후묘지명」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에서 한유는 유종원의 가세와 생애, 교우 관계, 문장의 풍모와 정치적 재능 등을 소상히 적었다.

친구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은 이 글에 대해 청 대의 문학 이론가 심덕잠(沈德潛)은 묘지명 중 천추절창(千秋節唱; 길이 남을 뛰어난 시)이란 찬사를 보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