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의를 위해 친속을 죽이다
큰 정의를 위해 친속을 죽이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6.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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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멸친(大義滅親) - 《『춘추좌씨전』「은공 4년」》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대의멸친(大義滅親)은 ‘大義’란 정의(正義)요, 정도(正道)이고, ‘親’은 ‘친속(親屬)이다. 국가나 사회를 위해 친속과 같은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춘추좌씨전』「은공 4년」에 나오는 글로,

춘추시대 위나라 장공에게는 희완과 희진 그리고 후궁 소생의 막내 주우 등 세 아들이 있었다. 주우는 유약한 성격의 희완과는 달리 과격하고 거침이 없었다. 당시 강직한 대부 석작은 근심 어린 얼굴로 장공에게 말했다.

 “만일 전하께서 자식을 아끼신다면 의로움(義)을 가르쳐 사악한 길로 빠지지 않게 하십시오. 지금 주우가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것은 전하의 총애가 도를 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공은 석작의 간언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석작은 아들 석후에게 주우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불호령을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공이 세상을 떠나자 맏아들 희완이 즉위하여 한공이 되었다. 석작은 벼슬을 내놓고 물러났다. 주우는 기회를 틈타 환공을 시해하고 임금 자리에 올랐는데, 민심을 얻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주우의 처지를 걱정한 석후는 아버지를 찾아가 해결책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석작은 아들에게 말했다.

 “주우가 주나라 천자를 알현하여 인정을 받으면 민심이 그에게로 쏠릴 것이다. 이 일은 진나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에 주우와 석후는 우선 진나라를 향해 떠났다. 이 소식을 들은 석작은 진나라에 혈서를 써 보내 주우와 자신의 아들 석후는 임금을 시해한 역적들이니 당신 나라에 다다르면 체포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석작의 계책대로 주우와 석후가 위나라로 호송되어 왔다. 일부 대신들은 석작의 공을 인정하여 그의 아들만은 사면해 주자고 했으나, 석작은 대역무도한 자신의 아들을 대의로 단죄하고 장공의 둘째 아들 희진을 등용하여 위나라를 일시적이나마 안정시켰다.

『춘추좌씨전』에서는 석작의 육친불인(六親不認)의 태도를 “대의를 위해 친속을 죽임은 아마 이것을 말하는가?”라고 하며 높이 평가했다.

공정함의 잣대는 친소관계를 떠나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대사를 그르친 예는 대부분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제 식구를 챙기는 데서 비롯되는 법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