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두 개로 세 무사를 죽이다
복숭아 두 개로 세 무사를 죽이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6.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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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 《『안자춘추』「간하(諫下)」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는 모략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상대방을 꾀어 자멸시키는 것을 말하며, 차도살인(借刀殺人)과 유사한 말이고 二桃三士라고도 한다.

『안자춘추』「간하(諫下)」편에 나오는 글로,

제나라 경공 곁에는 공손접, 전개강, 고야자 등의 무사가 있어 늘 따라다니며 호위했다. 이들은 무예가 높고 기개가 세상을 뒤덮을 만하여 경공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성은 달랐으나 의형제처럼 지냈던 이들은 위세를 과시하면서 관원들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심지어 재상인 안영에게까지 오만 방자하게 굴었다. 안영이 이들의 작태를 유심히 지켜보다 훗날 큰 화근이 되겠다고 판단하여 경공에게 이들을 제거하도록 권하니 경공은 안영에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안영은 경공이 상을 내린다고 하여 세 사람을 궁궐로 불렀다. 그러고는 금 쟁반에 복숭아 두 개를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세 분은 국가의 동량(棟梁)이요 강철 같은 무사이십니다. 주군께서 당신들을 위해 궁궐 뒷동산의 복숭아를 맛보게 하셨으나 잘 익은 것은 겨우 두 개뿐이라 공로에 따라 드시면 됩니다.”

안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먼저 공손접은 자신이 숲 속에서 멧돼지를 잡은 일과 맨손으로 맹호를 잡은 일을 거론하며 복숭아 한 개를 가져갔다. 전개강 역시 두 번이나 전쟁에 참여하여 제나라의 위엄을 알리는 공을 세웠다고 하면서 복숭아를 가져갔다. 그러자 고야자는 화가 치밀어 자신이야말로 주군의 마차가 황하로 휩쓸려갔을 때 홀로 물속에 들어가 주군의 목숨을 구했다고 하면서 복숭아를 내놓으라고 소리치고는 보검을 뽑아 시위했다.

이에 다른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즉시 칼을 뽑아 자결하고 말았다. 선혈이 채 마르지 않는 두 사람의 시신 앞에서 고야자 역시 한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