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믿으면 남에 의해 제어된다
남을 믿으면 남에 의해 제어된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6.29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인즉제어인(信人則制於人) - 『韓非子』「비내(備內)」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신인즉제어인(信人則制於人)은 다른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는 말로, 군주의 우환은 남을 믿는데서 비롯된다는 인주지환 재어신인(人主之患 在於信人)라는 구절 뒤에 나온다.

『韓非子』「비내(備內)」 편에 나오는 글로,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수레를 만들면서 남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며, 관을 자는 사람은 관을 만들면서 남들이 요절해 죽기를 바랄 것이다.”

한비의 이 말은 수레를 만드는 사람이 인자한 것이 아니고, 관을 만드는 사람이 악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단지 이익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후비나 부인이 자기 자식이 군주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그를 통해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비는 이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왕량(王良)이 말을 사랑하고 월나라 구천이 사람을 아꼈던 것은 전쟁에서 잘 부리기 위함이었으며, 의사가 환자의 고름을 뽑아내기 위해 상처를 빨아 나쁜 피를 머금는 것은 그 환자와 골육의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극단적으로 재단한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역사 속에서 바라본 현실이 엄연히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의 말을 곱씹을 만하다.

“일이 일어나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일에서 이익을 얻는 자가 주재자이고, 그것이 해로움을 준 경우라면 반드시 이익을 얻은 자를 살펴야 한다.”(『한비자』 「내저설하」)

모든 일은 상대적이다. 한쪽이 손해를 보면 다른 쪽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상대에게 위해를 가한 쪽은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이득을 얻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