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었기 때문에 베인다면 사람들은 윗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베인다면 사람들은 윗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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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죄수주 인불원상(以罪受誅 人不怨上) - 『韓非子』「외저설좌하(外儲說左下)」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이죄수주 인불원상(以罪受誅 人不怨上)은 잘못을 저지르면 어떤 벌을 받더라도 결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韓非子』「외저설좌하(外儲說左下)」 편에 나오는 글로, 군주가 훌륭한 통치를 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여섯 가지 덕목 가운데 첫 번째로 거론되는 내용이다.

공자가 위나라의 재(宰)로 있을 때, 제자인 자고가 옥리로 있었다. 어느 날 어떤 죄인을 발목을 자르는 형에 처했다. 발목을 잘린 죄인은 문지기가 되었다. 이 무렵 공자를 모함하는 자가 있어 군주가 공자를 체포하려 하니 공자는 도망을 쳤고, 제자들도 모두 달아났다. 자고가 뒤늦게 문을 나가려고 하는데, 발목을 잘린 문지기가 나타나서 지하실에 숨겨 주었다. 그리하여 포졸이 쫓아왔으나 자고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밤중에 자고가 그 문지기에게 왜 복수하지 않고 자신을 숨겨 주었느냐고 물었다. 그 문지기의 대답은 이러했다.

“내가 발이 잘린 것은 내가 범한 죄에 상당하므로 도리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처벌할 때 법령을 여러 번 조사하였고, 더욱이 나를 구제하고자 마음을 써 주었습니다. 판결이 내려지고 형벌이 확정되었을 때 당신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은 인정 때문이 아니라 천성적인 인애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형을 당하면서도 당신을 훌륭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자고가 살아남게 된 것은 오히려 법을 마땅하게 집행했기 때문이었다. 죄를 범한 자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죄를 지은 자가 자애롭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공연스레 상을 주면서 생색을 내거나 벌을 주면서 마음속으로 괴로워한다. 곡식을 공평하게 나누는 도구인 두(斗)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올바르게 이끄는 질서와 규칙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조직의 기강이 바로잡힌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