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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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견명찰(遠見明察) - 『韓非子』「고분(孤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원견명찰(遠見明察)은 지혜롭고 현명한 군주의 자세를 이르는 말로, 군주는 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간악한 신하들을 가려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韓非子』「고분(孤憤)」 편에 나오는 글로,

“통치술에 정통한 인사는 반드시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 밝게 살피지 못하면 사사로운 일을 밝혀낼 수 없다. 법도를 잘 지키는 인재는 반드시 굳건하고 강직하다. 굳건하고 강직하지 않으면 간사한 자들을 바로잡을 수 없다.”

강의경직(强毅勁直)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인사들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이들은 주변과 타협하지 않으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한비는 ‘홀로 분격해 있다’는 의미의 ‘孤憤’이란 말을 쓴 것이다. 이들이 원견명찰한 군주의 신임을 받아 임용된다면 나라를 해치는 좀들을 잡아낼 수 있을 터이나, 그런 군주는 예상외로 매우 드물다.

아니 진실을 말하며 바른 소리를 하는 신하를 좋아하는 군주는 없다는 것이 한비의 생각이다. 그래서 강의경직한 자들은 지위가 낮고 인정받지 못하여 항상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홀로 울분에 가득 차 있다. 신하에 대한 군주의 평가는 실제 공적이 아니라 자신의 친소 관계 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주변에 사사로이 패거리를 지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을 살피는 ‘명찰(明察)’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갖춘 자들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과 대립하고 충돌할 수밖에 없으니, 군주는 강의경직한 인재들이 자신의 곁에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최고 권력자인 군주의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만 통치의 장애물인 人의 장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