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안여자(强顔女子)
강안여자(强顔女子)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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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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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강안여자(强顔女子) - 《『신서(新序)』「잡사(雜事)」》

굳센 얼굴을 가진 여자

 

  강안여자(强顔女子)는 뻔뻔하고 수치심을 모르는 여자라는 의미로 추녀의 대명사로, 강안은 후안(厚顔), 철면피와 같은 말이다.

 

  유향의 『신서(新序)』「잡사(雜事)」편에 나오는 글로,

  제나라에 한 추녀가 살았는데 깊숙이 파인 눈에 코는 하늘을 향해 쳐들려 있었고, 목은 두툼하며 머리숱은 적었다. 굽은 허리에 돌출된 흉부, 옻칠을 한 듯한 검은 피부, 떡 벌어진 골격과 툭 튀어나온 목젖의 소유자인 그녀를 사람들은 출신 지방 이름을 따 ‘무염녀(無鹽女)’라 불렀다. 무염녀가 서른이 지나도록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선왕이 있는 궁을 찾아가 왕을 뵙기를 청했다.

  “저는 제나라에서 팔리지 않는 여자입니다. 군왕의 성스러운 덕에 힘입어 원컨대 후궁(後宮0의 청소나 하면서 대궐 문밖에 머물고 싶습니다. 왕께서는 허락해 주십시오.”

  이 말은 선왕에게 전하자, 궁궐 뜰에서 선왕과 함께 술을 마시던 대신들 가운데 입을 가리고 크게 웃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러자 선왕은 좌우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 이 여자는 천하에서 굳센 얼굴을 가진 여자다(此天下强顔女子也).”

 

  얼마 후 선왕은 그녀를 불러 자신이 만승의 제왕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저 “위태롭습니다. 위태롭습니다.”라는 말만 네 차례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초나라와 진나라 사이에 끼어 지리적 요건이 좋지 않은 점, 간신들이 많으며 선왕의 나이 마흔에도 장남을 세우지 않아 사직이 불안정한 점, 현인들은 산림에 은둔해 있고 거짓되고 사악한 신하들만 조정에 득실거려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 조정에서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여악(女樂)과 배우들의 웃음소리가 그침이 없어 국가의 기강이 세워지지 않는 점 등 네 가지 위태로운 상황을 열거했다.

 

  이에 충격 받은 선왕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선왕은 즉시 그녀가 지적한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쳐 나가 국정을 안정시켰으며, 그녀를 왕후로 맞이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