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숨긴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숨긴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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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상은(父子相隱) - 『論語』「자로」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부자상은(父子相隱)의 ‘은(隱)’이란 숨긴다는 뜻으로 이 단어는 엄폐(掩蔽)나 엄호(掩護) 등의 의미로 쓰임새를 많이 보인다. 부자상은이란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숨겨 주고 말하지 않는 은이불언(隱而不言)이 관계임을 일컫는다.

『論語』「자로」편에 나오는 글로,
섭공(葉公)이 어느 날 공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우리 마을에 몸가짐이 바른 자가 있으니, 그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것을 고발했습니다.”

섭공의 질문에 공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겨 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는 “부위자은, 자위부은(父爲子隱, 子爲父隱)” 속에 오히려 정직이 있으니 이것이 마을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인륜이 땅에 떨어진 당대의 상황 속에서 가족의 정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것이다. 공자가 볼 때 앞의 것은 ‘慈’이고 뒤의 것은 ‘孝’다.

『장자』「도척」편에는 “직궁이 아버지를 고발하고 미생이 물에 빠져 죽은 것은 믿음의 우환이다.”라고 했다. 반면 『여씨춘추』「당무(當務)」편에서는 “직궁의 믿음은 믿음이 없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면서 공자의 견해를 지지했다. 공자의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지지를 얻었다.

『구당서』「서언백전(徐彦伯傳)」에서는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은이다.”라고 하여 공자의 뜻을 적극적으로 새겼다. 나아가 주희는 공자의 ‘은’을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의 지극함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공자의 이 말은 적지 않은 우려를 사기도 했는데,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정주의(人情主義)에 함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당벌이(同黨伐異)란 말이 있듯이 잘못을 서로 은폐해 주는 심각한 온정주의도 문제지만,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비정적(非情的) 인간관계 또한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