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새어 나가면 실패한다
말이란 새어 나가면 실패한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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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설패(語以泄敗) -『韓非子』「세난」
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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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어이설패(語以泄敗)는 모든 것을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하게 진행해야 결과가 보장된다는 말이다.

『韓非子』「세난」편에 나오는 글로,
“일이란 은밀하게 성공하고, 말이란 새어나가면 실패한다. 꼭 자신이 누설한 것은 아니지만, 말하다가 숨겨진 일을 건드린다. 이렇게 되면 신변이 위험해진다.”

한비는 이 편에서 말을 가려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서로 먹고 먹히는 격동의 시대에 세 치 혀는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다.

춘추시대 진(秦)나라의 대부 요부라는 사람의 처신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진(晉)나라의 대부 사회가 秦나라로 달아났는데, 晉나라에서는 秦나라가 그를 벼슬아치로 등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위수여를 파견해 계략을 써서 사회를 데려오고자 했다. 그런데 요조가 이런 晉나라의 계획을 미리 알고 秦나라 강공에게 권유했다.

 “위수여가 이번에 오는 것은 사실 사회를 속이기 위해서입니다. 당신께서 따로 그를 만나십시오.”

그러나 강공은 듣지 않았다. 위수여가 秦나라에 도착하여 사회와 함께 晉나라로 가서 위(魏) 땅의 일을 결정짓게 해 달라고 요청하자. 강공은 이를 허락하고 말았다. 위수여가 출발하기 전에 요조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우리 秦나라에 晉나라의 의도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단지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오.”

이에 위협을 느낀 위수여는 돌아온 뒤 첩자를 보내 요조를 모함했고, 강공은 그 모함을 사실로 여겨 요조를 죽이고 말았다.

만일 요조가 속내를 감추고 은밀히 행동했다면 이토록 허망하게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토록 무서운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냉정히 행동하는 것 못지않게 말 또한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화를 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한비가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다.

 “오랜 시일이 지나 두루(군주의 총애가) 깊어져야만 심오한 계책을 올려도 의심받지 않고 군주와 서로 다투며 말하여도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史記』「노자․한비열전」)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