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는 귤, 북쪽에는 탱자
남쪽에는 귤, 북쪽에는 탱자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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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귤북지(南橘北枳) - 『안자춘추』「내잡하(內雜下)」
전형구논설위원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남귤북지(南橘北枳)는 수질과 풍토에 따라 귤의 맛이 잘라진다는 말로 이간은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고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안자춘추』「내잡하(內雜下)」에 나오는 글로,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초나라 영왕은 이 소식을 듣고 곁에 있는 자들에게 물었다.

 “안영은 제나라의 뛰어난 인재인데, 지금 그가 오고 있소. 내가 그를 모욕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겠소?”

곁에 있던 이가 안영이 오면 제나라 출신 죄인 한 명을 포박하여 데려오겠다고 했다. 얼마 뒤 안영이 도착했다. 영왕은 안영에게 주연을 베풀어 주었다. 주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관리 두 명이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 앞으로 끌고 왔다.

영왕이 “포박당한 자는 무엇을 한 사람인가?”라고 묻자.
“제나라 사람인데 도적질을 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왕이 안영을 보고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정말 도적질을 잘하는군요.”

그러자 안자가 비유를 들어 말했다.
“귤이 회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두 지방의 귤이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맛은 다른 이유가 바로 물과 땅, 즉 기후와 풍토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초나라에 오면서 나빠진 것이라고 응수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왕이 웃으며 말했다.
“성인은 농담을 하지 않소, 과인이 오히려 부끄럽소.”

제나라 출신 죄수를 안영에게 보여 줌으로써 안자를 눌러 보려던 영왕의 꼼수는 끝내 웃음거리가 되었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란 말은 삼밭에서는 쑥도 마처럼 곧게 자란다는 뜻이다.
식물이 주변 환경에 의해 성질이 바뀌듯 사람 또한 주위 사람들에 따라 귤도 되고 탱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