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어지럽혀 승리를 이끌어 내다
군대를 어지럽혀 승리를 이끌어 내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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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군인승(亂軍引勝) - 『孫子兵法』「모공」
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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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난군인승(亂軍引勝)은 적군이 아군의 군대를 어지럽게 하여 승리를 거머쥔다는 말로, 장수와 군주 사이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된다고 한다.

『孫子兵法』「모공」편에 나오는 글로,

손자에 의하면 군주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장수의 일이 있으니 첫째는 “군대가 진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진군하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군대가 물러나서는 안 되는 상황임에도 물러나라는 명을 내리는” 경우이며, 둘째는 “삼군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군정을 참여하여 군사들이 미혹되는” 경우이고, 셋째는 “삼군의 권한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직책을 맡으려고 하여 군사들이 회의를 품게 되는” 경우이다.

손자의 말에서 핵심은 군주와 장수 그리고 삼군 사이에 존재하는 ‘혹(惑)’과 ‘의(疑)’, 즉 신뢰의 문제이다. 전쟁에서 군주와 장수 간에 생기는 불신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군대의 진퇴 여부와 같은 현장의 정황에 군주가 관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군주는 군대의 내부 문제에도 함부로 간섭하지 말아야 지휘 계통에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옛날의 훌륭한 군주는 장수를 싸움터로 보낼 때 꿇어앉아 수레바퀴를 밀어 주면서 이렇게말했다.
“궁궐 안의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궁궐 밖의 일은 장군이 처리하시오.”(『사기』「장석지풍당열전(張釋之馮唐列傳)」)

또한 군공과 포상은 모두 궁궐 밖에서 결정하고 돌아와서는 보고만 하도록 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란 말이 있다. 상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제 편끼리 다투어 망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어설픈 지식으로 주제넘게 관여하면 조직이 파국에 이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