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
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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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 - 《『史記』「사마양저열전(司馬穰苴列傳)」》

집을 잊고 친척을 잊으며 자신을 잊는다

 

  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은 공사를 분명히 구분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뜻하는 이 말은 사마영저가 장고라는 자를 나무라며 한 말이다.

 

  『史記』「사마양저열전(司馬穰苴列傳)」편에 나오는 글로,

  “장수는 명령을 받은 날부터 집을 잊고, 군대에 이르러 군령이 확정되면 친척을 잊으며, 북을 치며 급히 나아가 지원할 때는 자신을 잊어야 합니다.”

 

  양저라고도 불리는 사마양저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장수로 안영의 추천을 받아 장군이 된 자다. 양저는 서출이라는 비주류의 처지였는데, 무예에 뛰어났고 글도 잘 썼기에 경공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양저는 하루아침에 장수가 된 자신의 명을 누구도 듣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경공을 찾아가 이렇게 건의했다. 자신은 이렇다 할 기반이 없으니 백성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경공이 총애하는 자를 감군(監軍) 자리에 내세우면 자신이 곁에서 잘 보필하겠노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경공은 일찍이 마음에 두었던 장고를 추천했다.

 

  양저는 장고와 다음날 정오에 군문(軍門)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튿날 양저는 먼저 군영으로 가서 해시계를 세워 놓고 장고를 기다렸으나 안하무인의 장고는 양저가 이미 가 있으니 자신은 서두를 것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전송하러 나온 친척, 친구들과 어울렸다. 정오가 지났는데도 장고가 오지 않자 양저는 해시계를 엎어 버린 위 군영으로 들어가 군령을 선포하고 정고를 기다렸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장고는 거들먹거리며 나타났다. 양저가 늦은 이유를 추궁하자 장고는 송별연 때문에 늦었다고 둘러대는 것이었다. 양저는 공직자의 바른 자세를 말하고는 군 법무관에게 군법대로 처리하라고 하니 법무관이 장고의 목을 베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장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급히 사람을 시켜 경공에게 사면을 요청했지만 경공의 사자가 도착하기 전에 처형되어 목이 군영에 내걸렸다. 병사들은 전율했고, 경공 또한 그랬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