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7.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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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불아귀(法不阿貴) - 『韓非子』「유도」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법불아귀(法不阿貴)는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의 승불요곡(繩不撓曲)이란 말과 함께 쓰여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한다.


『韓非子』「유도」편에 나오는 글로,
 “뛰어난 장인은 눈대중으로도 먹줄을 사용한 것처럼 맞출 수 있지만 반드시 먼저 곱자로 기준을 삼는다.

지혜가 탁월한 사람은 민첩하게 일을 처리해도 사리에 들어맞지만 반드시 선왕의 법도를 귀감으로 삼는다.”

한비는 군주가 자신의 지식이나 힘에 자만하지 말고 법에 따라 다스릴 것을 강조한다.
수많은 군주들이 몰락한 원인은 법에 따르지 않고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임의적인 잣대를 들이대 단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하면 나라가 강해질 것이고 법을 받드는 자가 약하면 그 나라도 약해질 것이다.”
강대국이 되느냐 약소국이 되느냐는 법에 대한 군주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밝힌 것이다.

군주가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법치를 행하면 군주의 권위가 공고해지고 그만큼 권세도 강화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라면 법에 따라 공정한 인사 지침에 의거하여 인재를 등용해야지,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근거해 임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한비는 강조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주관에 의존하지 말고 일관된 적용이 가능한 법도에 의해 모든 일을 판단하라는 한비의 지적은, 아직도 공정한 경쟁보다는 학연, 혈연, 지연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 있지 않은가.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