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五蠹)
오두(五蠹)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8.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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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의 좀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오두(五蠹)는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하게 만드는 다섯 부류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韓非子』「오두」편에 나오는 글로,
이들 다섯 부류는 “인의 도덕의 정치를 주장하는 유가(儒家), 세객(說客)과 종횡가(縱橫家),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 질서를 해치는 유협(遊俠), 공권력에 의지해 병역이나 조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는 권문귀족(權門貴族),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商工人) 등이다.”

한비는 이러한 다섯 좀을 법의 힘으로 없애야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비의 논지는 군주는 시대와 상황에 알맞은 방식을 사용하여 정치를 해야만 송나라의 농부가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를 지키면서 토끼를 얻으려는 수주대토(守株待兎)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한비는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는 유가들이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어버이와 자식의 관계처럼 여김으로써 나라가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한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유가들은 선왕의 도를 따를 것을 주장하고, 인의를 내세우지만 쓸데없이 용모나 복장 등이나 따지며, 행동보다는 말에 열중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법제에 대해 시비를 걸며 사사건건 현실에도 맞지 않는 고사를 빌려 그들의 사욕을 채우려 하지 국가의 궁극적인 이익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비는 성인 공자가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음에도 따른 자가 70여 명밖에 안 됐지만, 어리석은 군주였던 노나라 애공(哀公)에게 백성들이 몰려들었던 것은 명분과 허세에 기대는 유가적 삶의 방식에 대한 심각한 경고라고 말한다.

이런 점은 유협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군주의 금제(禁制)를 침범하거나 위협한다. 권문귀족 역시 뇌물이나 세력을 동원하여 군주의 정당한 사업(전쟁이나 토목사업) 등을 방해하기도 한다. 상공인이나 권문귀족들도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현명한 군주라면 이런 자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만 나라도 유지되고 군주도 안정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한비의 논지다. 물론 한비 자신이 유세가였다는 점은 난센스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