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일거불부반(壯士一去不復返) - 『史記』「자객열전」
장사일거불부반(壯士一去不復返) - 『史記』「자객열전」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8.23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사는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장사일거불부반(壯士一去不復返)은 자객 형가가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나며 부른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史記』「자객열전」 편에 나오늘 글로,

“풍소소혜역수한(風蕭蕭兮易水寒) - 바람 소리 소슬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일거혜불부반(壯士一去兮不復返) - 장사는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이 구절에서 ‘어조사 혜(兮)’ 자가 빠진 것이다. 사마천은 형가가 떠나며 부른 이 노래를 “우성(羽聲)으로 노래하니 그 소리가 강개하여 듣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부릅떴고,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듯 치솟았다.”라고 비장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형가는 위나라 사람으로 책 읽기와 격투기와 검술을 좋아했다.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태자 단에게 소개되어 진시황 암살 계획에 동원된다. 자객 형가는 진나라를 배반하고 연나라에 숨어 들어온 번오기의 목과 연나라의 기름진 땅 독항의 지도를 미끼로 진시황을 죽이러 떠나야 했다. 그러나 행장이 다 꾸려졌는데도 형가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가 탄 태자 단은 형가가 마음이 바뀌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래서 형가의 조수로 있던 진무양을 먼저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형가는 버럭 화를 내며 기약할 수 없는 길을 떠나며 길벗을 기다리려 했던 것이라면서 곧장 길을 나섰다. 피 끓는 기개의 형가가 하직 인사를 하고 사람들의 배웅을 받아 먼 진나라로 떠나면서 읊조린 말이 장사일거불부반이다.

결국 형가의 암살 기도는 실패로 끝났으니 형가가 지척의 거리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이 슬픈 곡조의 노래에서 예감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