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고화과(曲高和寡)-『문선(文選)』「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
곡고화과(曲高和寡)-『문선(文選)』「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8.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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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이 고상하면 화답이 적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곡고화과(曲高和寡)는 곡조의 수준이 너무 높으면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뜻으로, 문장의 품격이 너무 높으면 읽는 사람이 적음을 비유한 것이다.

『문선(文選)』「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에 나오는 글로,
전국 시대 말엽 굴원의 제자로서 대표적 남방 시인으로 손꼽히던 송옥의 문장은 꽤 유명했다.
그러나 그 문장이 어려워서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러니 그 글을 읽는 사람도 드물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 왕이 송옥에게 비꼬듯 물어보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경의 문장을 읽는 사람이 드문 것이오?”

송옥은 왕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비유를 들어 말했다.
“어떤 가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하리파인(下里巴人)」이란 아주 쉬운 통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알아듣고 따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양아해로(陽阿薤露)」라는 노래를 부르자 화답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었습니다.
「양춘백설(陽春白雪)」이란 노래를 부르자 나라 안에서 화답하는 사람이 겨우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봉황은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구름 위까지 오르는데 동네 울타리를 날아다니는 참새가 어찌 하늘의 높음을 알겠으며,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를 어항 속의 작은 물고기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새 가운데만 봉황이 있고, 물고기 중에만 곤이 있는 게 아니고 선비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초나라 왕은 송옥의 말을 듣고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고상한 예술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터이니,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선택한 송옥의 고집이 빛을 발한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