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駙馬)-『수신기』권 6
부마(駙馬)-『수신기』권 6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9.0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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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사위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부마(駙馬)는 본래 왕의 행차에 여벌로 준비한 예비용 수레인 부거(副車)를 끌던 말을 의미한다.

동진의 간보가 편찬한 설화집 『수신기』권 6에 나오는 글로,
전국 시대 농서 땅에 신도탁이라는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학문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 옹주로 향했는데, 불과 몇 리 앞두고 날이 저물어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그는 하룻밤 머물 만한 곳을 찾다가 큰 기와집을 발견하고 다가가 문을 두드려 하룻밤 묵겠다고 했다. 방으로 안내된 그에게 주인 여자가 말했다.

“저는 진(秦)나라 민왕의 딸로서 조(曹)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한 지 23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이 찾아 주셨으니 저와 부부의 연을 맺어 사흘만 머무십시오.”

사흘이 지난날 아침에 그 여자는 어두운 얼굴로 신도탁에게 말했다.

 “당신은 산 사람이고 저는 귀신입니다. 함께 더 있고 싶지만 사흘 밤 이상 머무르면 재앙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는 즉시 금 베개를 하나 주고는 작별 인사를 했다. 신도탁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방문을 나섰다. 신도탁은 대문을 나선 다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큰 기와집은 온데간데없고 무덤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신도탁은 놀라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한참 내달리다 멈춰 서서 가슴을 보니 금 베개를 여전히 끌어안고 있었다.

진나라에 도착한 신도탁이 금 베개를 팔려고 내놓았는데 마침 시장을 지나던 진나라 왕비가 발견하고는 갖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신도탁은 그간의 정황을 빠짐없이 말했지만 왕비는 믿지 못해 공주의 무덤을 파 보도록 했다. 무덤을 파고 관을 열어 보니 다른 부장품은 다 있는데 금 베개만 없어졌고, 시신을 조사해 보니 부부의 정을 나눈 흔적이 완연했다. 그러자 왕비는 “내 딸이 죽은지 23년이 되었으나 산 사람과 정을 통했으니 이자야말로 진정한 사위로구나.”아 말하고는 신도탁을 부마도위로 임명하고 많은 보물을 주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