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 「추포가(秋浦歌)」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 「추포가(秋浦歌)」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9.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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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머리털 삼천 길 - 흰 머리털 삼천 길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은 노인의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음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이백의 「추포가(秋浦歌)」에 나오는 글로,
이백은 당 현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함께 배를 타면서 풍류를 즐겼으며, 그가 시를 쓸 때 양귀비가 먹을 갈았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전해지는 일화가 많다. 달을 벗 삼아 술을 마시며 거칠 것 없는 자신의 흥겨운 삶에 마냥 취해 버리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감정의 변화무쌍함을 즐긴 시대의 광인(狂人)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어찌할 수 없는 법, 「추포가」라는 시를 통해 이백은 그 자신 또한 어쩔 수 없는 초로의 한 범인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추포가」는 15수의 연작시로 이루어졌는데, 이백이 쉰다섯 살에 영왕 이린의 거병에 가담한 죄로 유배되었다가 사면된 후 지은 것으로 모든 시행이 애수에 젖어 있다. 「추포가」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 백발 삼천 장
녹수사개장(綠愁似個長) - 시름 때문에 이처럼 자랐나니
부지명경리(不知明鏡裏) - 알 수 없구나, 밝은 거울 속의 몰골은
하처득추상(何處得秋霜) - 어디서 가을 서리 맞았는지”

‘三千丈’이란 과장된 시어로 시인 내면의 깊은 시름을 표현하면서 시상을 열고, 흰빛 가을 서리로 ‘白髮’의 자아를 대변하며 노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白’은 슬프고 초췌한 감정의 색채이다. ‘似個’란 시어는 ‘여차(如此)’의 구어적 표현으로 ‘이처럼’, ‘이와 같이’라는 의미다. 또한 ‘得’은 작자가 반평생 동안 받은 치욕과 고통을 말하고 있다.

‘한번 마시면 삼백 잔이지(一飮三百杯)’라고 할 정도로 풍류 기질이 강했던 이백. 그러나 이 시에는 이순을 눈앞에 둔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이 묻어난다. 이백은 이 시를 쓰고 몇 년 뒤에 생을 마감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