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칼끝 1. 자지자기
공부의 칼끝 1. 자지자기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1.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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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자기(自止自棄) : 제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노수신(盧守愼·1515~1590)이 임금에게 먼저 뜻을 세울 것을 청한 '청선입지소(請先立志疏)'의 한 대목.

"대저 뜻이란 기운을 통솔하는 장수입니다. 뜻이 있는 곳이면 기운이 반드시 함께 옵니다. 발분하여 용맹을 다하고, 신속하게 떨쳐 일어나는 것은 힘을 쏟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산에 오르면서 꼭대기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그치는 것(自止)이 됩니다. 우물을 파면서 샘물이 솟는 것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포기하는 것(自棄)이 됩니다. 하물며 성현과 대덕(大德)이 되려면서 뜻을 세우지 않고 무엇으로 하겠습니까?"

등산은 정상에 오를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다. 우물은 차고 단물을 얻을 때까지 파고 또 판다. 파다 만 우물은 쓸데가 없고, 오르다 만 산은 가지 않은 것과 같다. 목표를 정해 큰일을 도모할 때는 심지를 깊게 하고 뜻을 높이 세워야 한다. 뜻이 굳지 않으면 제풀에 그만두고 제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自止自棄). 목표를 향해 밀어붙이는 힘은 굳센 뜻에서 나온다. 굳센 뜻이 없이는 추진하는 에너지가 생겨날 데가 없다.

품은 뜻이 그 사람의 그릇을 가른다. 바라보는 높이에 따라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양도 차이 난다. 제 깜냥도 모르고 날뛰는 것은 문제지만, 해보지도 않고 자포자기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